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철없는 아이 때리는 못난 부모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30일 티아라 멤버 화영과 계약 해지를 발표한 코어콘텐츠미디어(이하 코어콘텐츠)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 정도로 악화할 줄은 가요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이날 티아라 해체 청원 운동이 시작됐다.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인터넷 카페도 생겼다. 오는 8월1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서 예정된 티아라 콘서트 예매 취소자도 나왔다. 팬 카페 회원 6300여 명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아라(사진=코어콘텐츠미디어 제공)

회사 홈페이지는 네티즌 접속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티아라 소속사를 비판하는 글로 넘쳐나고 있다. 티아라 멤버 전원이 출연하는 광고 계약 건에 대한 우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김광수 코어콘텐츠 대표는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티아라 멤버 화영과 조건 없이 계약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티아라 그룹 내의 왕따설이나 불화설은 사실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네티즌은 코어콘텐츠의 말을 믿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화영을 옹호하거나 티아라 내 다른 멤버를 공격하는 글이 다수다. 티아라 최대 위기다. 심지어 전속계약 분쟁 문제가 불거졌던 몇몇 아이돌 그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부분 편이 갈리게 마련인데 티아라는 화영 개인이 아닌 팀 전체가 융단 폭격을 맞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걸까. 화영은 코어콘텐츠 측의 발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진실 없는 사실"이라는 글을 올려 심경을 밝혔다. 네티즌에게 코어콘텐츠의 장황한 설명보다는 화영의 짧은 글이 더욱 설득력을 얻은 모양새다.

문제는 코어콘텐츠의 소통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어콘텐츠는 화영을 사실상 방출하면서 사족을 너무 많이 달았다. 코어콘텐츠는 "티아라를 보좌하는 19명의 스태프(스타일리스트 5명, 헤어·메이크업 7명, 현장 매니저 5명, 팀장 매니저 2명)의 '볼멘소리'를 수렴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굳이 '볼멘소리'라는 표현을 썼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코어콘텐츠는 "단체 생활이란 누구 하나가 잘 났고 누구 하나가 돌출행동을 하면 팀의 색깔이 변하고 구성원 자체가 흔들린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티아라 다른 멤버들과 19명의 스태프가 한목소리로 화영의 돌출 행동을 문제 삼은 탓으로 해석되기 쉽다. 화영이 아무리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화합과 이해가 아닌 코어콘텐츠가 '방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상 결국 '왕따설'과 부합되는 대목이다.

코어콘텐츠는 화영의 트위터 글 이후 폭로 수준에 가까운 주장으로 그를 코너로 몰아 세웠다. "화영의 돌발 행동이 수십 가지가 넘을 정도로 지나쳤다"는 내용이다. 그를 사실상 방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억울한 호소이기도 했다.

코어콘텐츠 측에 따르면 화영은 앞서 27일 KBS2 '뮤직뱅크'서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버텼고, 목발을 집어던지는 등 행패도 부렸다. 화영이 팀 내에서 막내답지 않게 톱스타인 양 행동했지만 다른 티아라 멤버들은 같은 멤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고도 코어콘텐츠 측은 주장했다.

코어콘텐츠 측은 끝에서야 "김광수 대표가 화영과 관련해 이러한 사건을 더는 공개하지 않고 화영을 보호해주고 싶다고 전했다"고 했다. 이어 "화영은 몇 번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몰랐던 것 같고 지금이라도 화영이 자기의 잘못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모습이 그리 어른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까불면 연예계에서 매장해버리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꼬았다.

대중은 약자를 응원하기 마련이다. 아이돌 그룹에게 그보다 무서운 건 팬덤이다. 코어콘텐츠 측의 주장이 100% 사실이라 하더라도 많은 팬이 이를 불신하는 이유를 먼저 되새겨봐야 할 때다. '철없는 아이'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뒤늦게 때려서 바로 잡아봐야 욕을 먹는 건 부모다.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제 얼굴에 침뱉기는 더 이상 말아야 한다.

조우영 (fac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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